* 장르 : 드라마
* 감독 : 김병우
* 출연 : 한해인, 이한주, 김성오, 김병철, 박소진
* 개봉 : 2023년 11월 23일
* 관람 등급 : 15세 관람가
* 상영 시간 : 113분
* 관람 평점 : ★★★☆☆
같이 사는 삶, 서로 다른 생각
주목 받는 신인 작가 재이(한해인)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영어 학원 강사 건우(이한주)는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비혼주의자들이면서 동시에 출산 계획은 생각도 없는 비출산을 지지하는 커플이었습니다. 능력있는 필력으로 다음 출판 제의까지 받은 재이와, 성실한 강사로 학원에서 인정받고 있는 건우는 누가 봐도 참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커플이었습니다. 어느 날, 재이는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됩니다. 원치 않는 임신 소식으로 인해 재이는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되고, 건우는 아이를 갖고 차근차근 준비하다 보면 결국 행복에 이르게 된다는 안정적인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이 커플 사이에서 자신의 삶이냐, 우리의 삶이냐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게 됩니다.
재이는 낙태까지 생각했지만, 결국은 건우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작품 집필 성과도 재이의 마음과는 다르게 글이 잘써지지 않고 아이를 가진 신체적 변화가 버겁게만 느껴지면서 책상 앞에 앉는 것 조차 힘들어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아이를 정말로 낳아야 하나 싶은 의문과 고민이 슬그머니 다시 커지는 가운데 나름 열심히 신경 쓰겠다 했던 건우도 학원 일이 바빠서 점점 재이에게 소홀해지기 시작합니다.
건우는 재이와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을 준비합니다. 그동안 평탄하게 욕심 없이 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가족을 위해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프랜차이즈 학원 원장을 꿈꾸게 됩니다. 직접 학원을 꾸미고 노력하는 사이, 재이의 불안은 커져 갑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가치관과 미래에 대한 다른 계획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대립되었고 점점 균열이 생깁니다.
섬세한 연출과 묵직한 대사 그러나 느릿하고 뻔한 전개
영화는 잔잔하게 흐르지만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제법 긴 러닝 타임에 OST가 없어서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유지영 감독은 섬세한 연출로 배우들의 연기를 극대화 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또한, 묵직한 대사는 영화에서 드러내고 싶은 중요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줍니다. 영화의 전개는 다소 느린 편입니다. 특히, 중반부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영화의 결말은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러닝 타임을 줄이고, 완급 조절을 했더라면 더욱 몰입감있는 영화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건우의 서사가 강해지면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세상에 시달려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극단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공감이 실리고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현실적인 연애 영화의 새로운 지평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원치 않은 임신이 다정한 연인 관계를 어떻게 변화 시켰는지, 출산을 앞둔 여성이 어떤 일상적 차별에 노출되는지, 가족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성찰이 필요한지를 날카로운 단상으로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현대 여성들이 안고 있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이야기 중심축에 두겠다는 영화의 목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사랑과 꿈, 그리고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출산, 가족, 책임, 그리고 개인의 이기적인 행복에 대한 질문을 화두로 던지는 영화입니다. 기존의 로맨스 코미디나 멜로 영화와는 달리, 피투성이 같은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무게감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리얼하고, 피투성이 같은 감정적인 질주가 이야기의 압도를 높여줍니다. 나로 살기 위해 이기적이어야 할까? 우리를 위해 이타적이 되어야 할까? 하는 화두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생각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는 현실적인 연애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게 되었습니다.